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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찬송.동요.가곡

섬소년-이정선노래..

by 설렘심목 2013. 1. 25.

 

 

이정선 1집 : 섬소년 / 오직 사랑뿐 (1975 Jigu)

이정선 Lee, Jung-Sun 1950년 09월 20일 -

No.1 - 섬소년

 

외딴 파도 위 조그만 섬마을 소년은
언제나 바다를 보았네
바다 저 멀리 갈매기 날으면
소년은 꿈속의 공주를 불렀네
파도야 말해주렴 바닷속 꿈나라를
파도야 말해주렴 기다리는 소년 음~

어느 바람이 부는 날 저녁에
어여쁜 인어가 소년을 찾았네
마을 사람이 온 섬을 뒤져도
소년은 벌써 뵈지 않았네
파도야 말해주렴 바닷속 꿈나라를
파도야 말해주렴 그 소년은 어디에

 

Credits

작사, 작곡, 편곡 : 이정선
Design & Lettering : 송기영

이정선 : Acoustic lead Guitar, Rhythm guitar, Classical Guitar, Harmonica, Vocal
오세은 : Rhythm guitar(말은 필요없어요, 오늘같은 밤, 오직사랑뿐, 이리저리...)
김의철 : Classical Guitar (세모...)
노원규 : Bass Guitar
조배성 : Electric Guitar
심성락 : Synthesizer, Organ
권익남 : Drums
이용세 : Congas
배진호 ; Fagot (천사 #1, #2)
* 그외 [지구전속관현악단]

 

   

이정선 -섬소년

프로그레시브락이라는 장르가 있다. 정의 내리기 힘들고 정의를 이해했다 쳐도 곡을 들려줬을 때 '아, 이거였군'하고 알아차리기는 어렵다. 프로그레시브는 음악 형식에 대한 정의로부터 나온 용어가 아니라 음악에 대한 접근 방식이나 태도로부터 만들어진 개념이어서 여타의 장르와 손쉽게 결합하여 프로그레시브 락, 프로그레시브 포크, 프로그레시브 메탈 등등 세부 장르로 얼마든지 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2번째 곡, '섬소년'은 프로그레시브 포크의 한 전형이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이 곡을 통해서 음악 듣기의 초심자들은 사람들이 '프로그레시브'하다고 얘기하는 음악들이 과연 어떤 소리를 들려주는지 그 일단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정선은 80년대 중반 신촌블루스 시절을 지나 지금까지 블루스에 천착해 있지만 그의 음악적 출발은 8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는 이렇듯 포크였다. 사회에 대한 발언은 많이 자제했지만 역으로 이런 탐미적인 곡을 통해 그는 포크의 한 봉우리로 우뚝 솟게 된다.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전형적인 의미의 '탐미적'인 노래는 사실 이 곡외에 잘 보이지 않는게 사실이다. 그의 포크 시절의 주조는 자연과의 동화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며 아울러 그 역시 사회 비판적인 가사로 인해 금지곡 처분을 받기도 하는 등 음악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는 사실도 같이 적어 둔다.

글 출처 : 음악을 모독하지 말라

            

   

'청개구리'소년, '산사람' 되기 전, 섬에 유배되다

이정선의 음악 스타일을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고도로 절충적인 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단, 이렇게 말한다면 두 가지 주의사항이 필요하다. '절충'이라는 말이 '이것저것 대충 섞는다'는 의미의 좋지 못한 뉘앙스를 가진 단어가 아니며, '팝'이라는 말이 영미의 대중음악이라는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점이 합의된다면 '고도로 절충적인 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려는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금지곡 지정과 관련된 혼란으로 데뷔 앨범이 판매금지 조처를 받은 뒤 나온 정규 2집 음반은 아름다운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운드의 질감은 소박하고 '어쿠스틱'한 편이다. 즉, 일렉트릭 기타와 무그 신씨사이저같이 당시 한국에 도입된 첨단적 악기들의 사용은 사양하고 있다. 그가 자의반 타의반 '통기타 부대'에 속했기 때문에 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당시 그의 일상적 실천의 장이었던 명동 카톨릭 여학생 회관의 노래모임인 해바라기홀에서 ... 중략

 

 

 

 

그렇다면 재미없는 이름 위에서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것'에만 주목하면 되는 작품인가. 그렇지는 않다. 각 곡의 스타일에 따라 이런저런 악기들을 이용하여 적절한 리듬감을 만들어 낸다. 그와 동시에 리듬은 절제되어 있다. 드럼 세트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나서면서 리듬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노래의 멜로디와 다른 악기의 전개에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이 앨범의 '필살' 넘버인 "섬소년"이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 트랙에 배치된 이 곡은 느리게 진행하는 기타 아르페지오와 현악 섹션의 앙상블의 전주로 시작하여 트레몰로 주법의 기타 아르페지오만으로 노래를 반주하다가 후렴 부분에서는 기타의 스트러밍과 더불어 현악 섹션이 재등장한다. 이어지는 간주 부분은 이 곡의 백미인데, 파도 소리의 효과음과 더불어 관악기도 슬쩍 삽입된다. 그 뒤 1절에 비해서 고조된 분위기로 2절이 전개되다가 잠시 휴지기를 가진 뒤 퍼커션이 등장하여 한참 동안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야기하다가 페이드 아웃된다.

정리한다면 어쿠스틱 기타의 다양한 주법, 현악과 관악의 적절한 편곡, 그리고 퍼커션과 드럼의 적절한 배치가 그의 방법론이다. 더 부연하면 기타는 아르페지오, 쓰리 핑거, 스트러밍, 드물지만 솔로 애드립을 적재적소에서 구사하고, 관악의 경우 트럼펫과 색서폰보다는 플루트와 클라리넷 등 고품격의 악기음이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만 연주해도 될 법한 곡들, "시인의 여행", "꽃신 속의 바다", "내 고향 언덕길", "하늘에 떠가는 배"같은 곡에도 이런저런 악기음들이 삽입되어 심심하지 않고, 조금 더 '일렉트릭'한 사운드와 '드라이빙'한 느낌을 강조해도 될 법한 "비오는 날에", "내 마음 빛이 되어", "영원의 꽃"같은 곡들은 적절한 선에서 억제를 가해서 일반인들이 듣기에도 불편하지 않다.

달리 말해서 이 음반에 실린 사운드는 전문 연주인('세션맨')들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이 무렵 나오던 일반적인 '포크 음반'과는 다르다. 즉, (통)기타를 이용해서 먼저 작곡을 하고, 그 뒤 직업적 음악인에 의해 편곡되어 전문 연주인들에 의해 '모사'된 사운드와는 다르다. 그래서 작곡의 빈약함이 편곡의 화려함으로 메우거나 편곡의 미비함에도 불구하고 작곡의 뛰어남으로 살아남는 경우 어느 쪽도 아니고 '작곡에 걸맞는 편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다름 아니라 작곡자와 편곡자가 동일인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비오는 날에"와 "섬소년"의 경우 '리메이크'이기 때문에 이전의 시행착오를 정정할 수 있었다는 점도 작용할 것이다.

즉, 이 앨범은 진정한 의미에서 '싱어송라이터'의 음반이자, 한국의 싱어송라이터들이 '아티스트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음반이다.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녹음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일개 '가수'가 메이저 음반사에서 발표한 두 번째 음반에서 이런 정도의 통제력을 행사한 작품은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쉽게 발견하기 힘들다. 또한 이전의 작품들이 음악적 야심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정제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주었다면 2집 음반은 이런 정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제의 전략은 사전겸열제도에 따른 '정치적' 반응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정치적으로 현명할 뿐만 아니라 미학적으로 강인하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정제의 미학은 예술가적 욕망을 외부로 분출하기보다는 내면으로 숙성시키고 있던 당시 '언더그라운드'의 상황을 슬며시 드러내 준다. 이정선이 '신촌파'나 '명륜동파'니 하는 디오니서스적 언더그라운드에 직접 속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곡에서 주조(主調)로 깔리는 '고독한 방랑자'의 정서가 그것이다. 물론 당시의 '이정선의 고독한 방랑자의 정서'에서는 문화적 엘리트의 정서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이후의 경력에서 이런 점이 점차 완화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 점을 크게 흠잡을 것은 못 된다(참고로 '이후의 경력'이란 엄인호, 김현식 등 '막 사는'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한 음악 작업이다).

간단히 말한다면 이 음반은 '1970년대 한국에서 발표된 최고의 명반들'의 하나다. 음악인 개인의 예술적 성취의 관점에서나 당시 상황에서 미학적 전략의 관점에서나... 그러니 몇 가지 사소한 '군말'을 나열하면서 리뷰를 마치자.

먼저 이 음반에서 백킹 코러스를 맡은 한영애와 김영미의 백킹 코러스는 '시대가 흘러도 촌스럽지 않다'는 평을 들을 만하다. 다름 아니라 당시 이주호, 이정선과 더불어 해바라기의 고정 멤버였던 사람들이다. 둘째로 "고향이여 친구여", "시인의 여행", "영원의 꽃" 등은 세박자의 리듬을 가지고 있다. 몇 년 뒤 나올 조동진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몇몇 곡들처럼 1970년대 후반은 세박자의 리듬을 가진 곡이 영미 음악의 어법과 어우러지는 실험이 단행된 때였다. 불행히도 이런 성과는 1980년대 이후 계승된 것 같지 않다. 세 번째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음반은 그의 음반들 가운데 이례적으로 다른 사람이 만든 곡이 두 개 수록되어 있다. 김의철의 작품인 "고향이여 친구여"와 "꽃파는 소녀"인데, 이는 초기에 해바라기를 함께 이끌었던 친분의 결과일 것이다. 불행히도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장한 음반에는 "꽃파는 소녀"가 '건전가요'인 "새마을노래"로 둔갑되어 있다. 표지에는 LP 앞면 마지막 곡으로 "꽃 파는 소녀"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 반대였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20030608

text | 신현준 homey@orgi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