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온도(最高溫度)와 최저온도(最低溫度)
1950. 4. 29. 부산일보
섭씨 0 도에서는 물이 언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얼음이 생긴다. 얼음이라면 우리는 겨울을 연상케 되고 따라서 추위에 고생한 기억이 새삼스러워 진다. 그리고 보니 섭씨 0 도란 기온(氣溫)은 우리 인류의 생활에 알맞은 온도(溫度)는 아닌 모양이다.
그러면 몇 도쯤 될 때가 가장 좋을까? 사람마다 개인차(個人差)가 있어서 이 물음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한 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우나, 심리학자(心理學者)들의 말에 의하면 10 도[이하 섭씨]에서 30 도 사이의 온도에 대하여 사람 몸은 순응할 수 있다고 하니, 그 정도의 기온이면 적합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30 도가 넘으면 부채나 선풍기(扇風機)를 찾게 된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더운 곳은 대구(大邱)인 듯 한데, 어느 해에는 40 도까지 올라가서 살수차(撒水車) 인부(人夫)가 두 사람이나 더위에 죽은 일이 있다. 기온(氣溫)이 이까지 올라가면 사람 살기엔 틀림없이 부적당(不適當)하다.
온도는 위로 올라가면 한계가 없어 보인다. 100 도가 되면 물이 끓고, 또 마른나무에 불이 붙는 발화점(發火點)은 225 도이다. 1000 도에 가까워지면 은(銀)은 녹고 더욱 높아지면 금, 구리, 쇠, 백금(白金) 등이 차례로 녹는다. 백금(白金)이 녹는 온도가 1774 도이므로 1400 도 정도인 촛불에 백금은 절대로 녹지 않는다.
그래서 백금을 녹이려면 아세틸렌 불꽃을 쓴다. 이것이면 2500 도의 온도를 얻을 수 있고, 이것에 산소(酸素)를 적절히 섞어 쓰면 3800 도라는 고온(高溫)도 얻어지는데, 아마도 현재로는 이것이 보편적으로 얻을 수 있는 최고온도(最高溫度)인 듯하다. 전기로(電氣爐)의 전호(電弧)도 3500 도까지는 가지만 챔피언 자리는 양보해야 한다.
3800 도를 넘는 온도를 얻기는 기술적(技術的)으로 어려우나 그러한 온도가 있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우리가 거의 매일 볼 수 있는 태양(太陽)의 표면온도(表面溫度)는 6000 도이다. 말이 쉬워 6천 도이지 지구(地球) 위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이다.
6천 도이면 우리 눈앞에 보이는 종이고 책상이고 꽃이고 사람이고 돌이고 쇠고 할 것 없이, 모든 물체는 기체화(氣體化)한 상태로 변해 버릴 것이니, 저 태양이란 그야말로 만장(萬丈)의 화염에 싸인 기체의 공이다.
더운, 아니 뜨거운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번엔 추운 나라로 가보자. 우리가 보통 "춥다, 춥다" 해도 -20 도를 더 내려갈 때는 그렇게 쉽지 않다. 부산(釜山)에서는 1915년에 -14.0 도까지 내려갔는데, 이것이 부산의 최저기록(最低記錄)이고, 서울의 최저기록은 1927년의 -23.1 도이다. 더 내려가서 -38.9 도가 되면 한란계(寒暖計)의 수은주(水銀柱)가 꽁꽁 얼어 버린다.
지구 위에서 가장 추운 곳은 시베리아에 있는데, 거기서는 -70 도 가까이까지 기온(氣溫)이 내려가는 모양이다. 드라이아이스가 약 -79 도이니 시베리아 얼음과 드라이아이스는 사촌(四寸)간쯤은 되겠다. 보통 온도(溫度)가 내려가서 -140.7 도가 되면 공기(空氣)가 액화(液化)하고 그것은 또 -219 도에서 얼어 버린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내려가면 공기뿐만 아니라 모든 기체(氣體)가 액화(液化)하고 더 저온(低溫)이 되면 얼게 되는데, 헬륨(He)이라는 기체가 가장 모질어서 액화온도(液化溫度)가 -269 도이다.
더욱 찬 온도를 구경할 수 있을까? 저온(低溫)의 하한선(下限線)은 얼마나 될까? 열역학(熱力學)의 이론(理論)은 여기 명확한 답변을 해 준다. 곧 이 우주(宇宙)에서 있을 수 있는 최저온도(最低溫度)는 섭씨 -273.15 도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보다 더 낮은 온도의 물체는 없다. 이 -273.15 도를 절대영도(絶對零度)라고 하는데, 이렇게 온도가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간 물체를 우리는 구경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본 사람이 없다.
그러나 최근의 보고에 의하면 미국에 있는 S. C. Collins란 기술자(技術者)가 -271 도 근처의 온도인 물체(物體)를 얻었다고 한다. 이 -271 도에 있어서의 몇 가지 물체의 상태를 실험(實驗) 관측(觀測)한 보고에 의하면, 모든 물체(物體)를 구성(構成)하는 분자(分子)의 운동은 정지하거나 아주 느리게 되므로 여러 가지 기이(奇異)한 현상(現象)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를테면 수은(水銀)은 얼되, 마치 노와 같이 다룰 수 있게 되었고, 고무나 철판(鐵板)과 같이 실내온도(室內溫度) 근처에서는 굽혀도 부러지지 않는 것이 이 온도에서는 총알을 맞아서 마치 유리와 같이 깨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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