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5일 ‘세이지 3~7포럼’ 두 번째 포럼이 진행되었다. 지난 7월 25일부터 세이지 코리아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대한민국의 근본가치를 적극적으로 수호해온 두 가지 규범, 헌법3조와 국가보안법 7조의 깊은 의의를 수호하며 이 큰 테두리 안에서 다가올 통일의 시대 한반도 마스터플랜을 작성해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날 두 번째 포럼에는 ‘통일한반도 메가로폴리스 및 북한 재건’이라는 주제로 하버드 대학원에서 도시설계를 전공한 서덕수 NIBC(아시아 도시연구센타) 팀장이 포럼을 진행하였다.
서덕수 팀장은 “통일한반도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통일 후 북한을 재건하고 한반도 도시의 종합적인 성장을 꾀하기 위해서는 남한과 북한을 아우르는 도시 건축 모델을 계획해야하는 현재 세종시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도시 건축, 건설 현황은 헌법3조가 말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영토 범위인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포함하지 않고 남한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였다.
특히 통일 이후 가장 큰 이슈가 될 수도 선정 문제에 있어서는 수도의 기능이 하나의 도시에 집중되어 있어야 한다는 고전적 사고의 틀을 깨며, 현재 전 세계 다양한 도시들에서 시도하고 있는 수도의 여러 가지 형태들을 비교 분석하여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였다.
또한 북한 도시들을 재건할 때는 친환경적이며 에너지절약형의 특색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포럼을 마무리했다.
“통일 후의 미래를 상상하고 조감한다면 통일에 대한 마음이 더 절실해진다. 통일이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통일에 대한 의지는 강해야 한다”는 서덕수 팀장의 말처럼 지금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안전하고 자유로운 테두리인 헌법3조와 국가보안법7조 안에서 더 많은 상상력과 충분한 고민을 통해 통일한반도 재건의 청사진을 그려나가며 통일에 대한 의지를 고취시켜나가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 3~7포럼의 새로운 제안은 계속될 것이다.
수도 선정 문제를 비롯한 2차 포럼의 핵심 내용을 살펴본다.
통일 한반도의 수도는?
가능성1. 서울
북한 사람들은 6.25전쟁 당시 서울을 탈환했다가 빼앗겼기 때문에 빼앗긴 서울을 되찾아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고 심리적으로는 서울을 수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서울이 수도일 경우 정서적 문제는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서울의 과밀화현상이다. 시민들이나 전문가들 모두 서울이 포화상태라는 사실과 이로인해 발생하는 불편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분명 서울의 수도 기능 이전에 대한 문제는 고려되어야 한다.
가능성2. 평양
평양은 고구려의 수도였고 제2의 도시로 북서부 문화 경제의 중심이었다. 평양공화국이라고 할만큼 평양은 북한에서 가장 중심성을 갖고 있고 한국전쟁이후로 완전히 파괴되었기 때문에 가장 사회주의적인 도시 형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수도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남한 사람들이 평양이 수도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의 정서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가능성3. 개성
개성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가능성 있게 다뤄지고 있다. 부여 500년 수도라는 상징성도 있고 평양과 서울의 중간 지대에 있기 때문에 우리 한반도 수도 정체성을 부각시킬 수 있고 평양 대 서울이라는 대립 구도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적 적지로 거론이 될 것이다. 평양과 100km 서울과는 60km 거리이며 인천 서해의 항만시설과도 근접해 있고 우리 민족적 건축 양식이 많이 보존되어 있어 수도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가능성43. 세종시
세종시는 남한에서 차로 2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 적지 선정의 이유였는데 그 경계는 남한이다. 통일 이후에 이 논리는 전혀 적용이 안 된다. 그러나 행정 기능이 이전할 것고 남한 절반의 수도 기능을 세종시가 맡게 되므로 가능성은 남아 있다.
가능성5. DMZ 신수도
전혀 없는 곳에 상징적인 의미로 수도를 건설할 수도 있다. 분단의 아픔이 있는 DMZ 지역에 수도를 만들면 정치적 갈등도 최소화하고 대한민국 고유의 기념비적인 새로운 도시를 만든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런데 최근에 환경부에서 유네스코에 비무장지대 생물권 보호지역 신청서를 제출했고 DMZ 보존 문제 때문에 수도를 건설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한반도 메가로폴리스
수도 이후에 같이 가야하는 개념이 메가로폴리스이다. 미국은 95번 고속도로를 타고 보스턴에서 워싱턴까지 내려오는데 이 도시들이 만들어내는 생산성은 미국 전체 생산에 70%를 감당한다.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워싱턴DC가 95번 고속도로망을 통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이것이 메가로폴리스 개념이다.
우리가 통일 후를 계획을 할 때는 단순히 수도를 어느 한곳으로 선정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평양, 개성, 서울, 세종을 메가로폴리스 개념으로 연결하고 도로망 철도망을 긴밀하게 구축해서 산업특색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수도를 개성으로 한다면 경제 중심은 당연히 서울이다. 개성은 수도 기능을 담당하고 세종시는 학술, 교육 중심으로 평양은 문화와 예술을 중심으로 하는 것입니다. 평양이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사회주의적 도시, 가장 이상적인 도시로의 가치자체가 굉장하고 관광산업으로도 훌륭하다.
다양한 특색을 가진 도시들을 메가로폴리스 개념으로 연결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통일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통일 비용을 걱정하고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은데 이런 메가로폴리스 개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다.
북한도시 개발
1.교통(Public Network)
우리가 겪고 있는 수도의 과밀현상을 북한에 재현할 필요는 없다. 북한은 전철이 보편적인 교통수단 중에 하나이며 자전거가 주 이동수단이고 도보 중심의 도시이다. 이는 친환경 도시의 조건에 부합한다. 북한의 교통이 현재 남한처럼 과밀화되지 않게 하려면 어떤 교통시스템을 구축해야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자전거 이용, 공해 없는 경전철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포틀랜드는 실제로 차가 없고 거의 없고 자전거를 주로 이용한다. 자전거로 직장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타다가 버스에도 싣고 경전철에도 싣는다.
북한에도 이와 같은 선진국의 친환경 시스템을 도입하여 평양 도시 전체를 자동차 없는 도시로 기획할 수 있다. 세계적인 도시를 꿈꾼다면 평양은 철저하게 도시 전체를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고 즐길 수 있고 공해없는 도시로 만들어 전세계 관광객들이 전도시를 마음껏 유용하게 구경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도시가 된다면 전세계에서 벤치마킹하는 엄청난 도시가 될 것이다.
2. 자연친화(ECO)
보통 오늘날 많은 선진 도시들의 목표는 그린시티이다. 녹지를 얼마나 많이 만들 것인가가 이슈이다. 환경 문제는 현재 너무 큰 이슈가 되었기 때문에 우리의 미래도시는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연에 이로운 도시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많은 건축가들이 건축과 자연을 결합시킨 디자인을 내놓는데 ‘도시농장(Urban Farm)’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도시 건물이 농장과 결합이 되는 디자인인데 사실 북한의 도시같은 경우는 녹지를 생산의 한 요소로 보기 때문에 도시 농장 개념이 적극적으로 수용될 수 있다.
3. 친환경 에너지(ZERO-ENERGY)
기본적으로 우리가 평양이나 북한에 새로운 도시를 짓고 재건한다고 할 때는 에너지에 대한 생각 없이는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 수 없다. 친환경을 극대화하는 것은 도시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아부다비에 지어지고 있는 ‘Masdar City’는 도시의 에너지 대부분을 친환경으로 공급한다. 태양열, 풍력, 지열 등을 도입해서 실제로 큰 이슈가 되었다. 5만 명 규모의 이 도시는 태양열로 전체 전력을 공급하고 고층 빌딩이 없기 때문에 모든 빌딩 위에 태양열 판이 기본적으로 들어가고 풍력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며 물은 거의 80%를 재활용한다. 또한 자동차가 전혀 없다. 경전철을 모노레일 개념이라고 한다면 이 도시는 3~4명이 한 번에 탈 수 있는 택시 개념의 교통망이 전 도시를 다 연결한다. 최고 시속이 40km이고 도시 전체를 10분 이내로 다닐 수 있으며 역은 3천개 정도가 있다. 5만 명을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도시를 연결하고 각 역마다 자동적으로 충전이 되기 때문에 주유소를 찾아갈 필요가 없다. 통근 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직장과 집을 최단거리로 지정하는데 여기에 사회주의적 요소가 들어간다.
4. 도시 정체성(UNIQUENESS)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 대구, 광주든 도시의 모습이 다 똑같고 특색이 없다. 이런 도시가 양산되는 이유는 많은 건설사들이 계획을 잘못한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도시 형태에 대한 고민들이 없기 때문이다. 큰 고민 없이 가장 저렴하게 분양률만 높이려고 생각하다보니 계속해서 반복되고 개성 없는 도시만 만들어진다. 통일 후에도 이런 정체성 없는 도시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고유한 특징들을 보전하면서 발전시킬 방법으로 벤치마킹할 수 있는 것이 유럽에서 ‘HIGH LINE’이라는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있다. 1934년도에 화물수송 열차용 고가 철로가 산업적인 여러 기능을 담당하다 80년대에는 기능이 정지해서 철거해야 할 상황이 되었는데 뉴욕시에서 ‘HIGH LINE’을 재개발해보자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기존에 있는 산업시설들을 철거하지 않고 공원이나 문화시설로 개발하게 된다. 도시의 역사를 말해주는 요소들을 공원화해서 다양한 공간을 연출하고 그 위에 문화가 형성되어 역사도 살아있고 주민들의 삶의 질도 높여준 것이다.
보스턴에 가면 리버티호텔이 있는데 옛날에는 감옥이다. 죄수들이 살던 곳이 호텔로 바뀌면서 건축계에서 화제가 되다. 감방을 객실로 잘 활용했는데 이 실례가 주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조건 무너뜨리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 디자인적으로 재해석하고 풀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역사는 살아있으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 리버티 헤럴드 박애니 2012년 09월05일 10시25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