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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준비하고 광우병을 기다린 촛불의 망령, - 조영일교수

by 설렘심목 2012. 4. 27.
괴담 준비하고 광우병 기다린 '촛불의 망령'
<조영일의 자유와 진화-스토리K 칼럼>현명한 소비자 이성적 판단 절실
조영일 연대 명예교수 (2012.04.27 09:42:46)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 소 한 마리가 또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2012년 4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접한 한국 사회에는 또 한번 '광우병 촛불시위' 사태가 벌어질 것인가? 아니면 이미 광우병 소동에 면역이 생겨서 곧 잠잠해 질 것인가?

미국산 소의 광우병 소식에 대해 한국 사회의 일각에서 아주 민감하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광우병 발생 소식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미국의 광우병 소식에는 호들감을 떠는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 광우병>은 반미주의와 결탁하기 때문인가?

미국 인구 3억명 중에서 지금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vCJD)에 걸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전세계에서 '인간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약 200명이며, 대부분 영국에서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매일 약 2명이 자살한다. 연간 약 1만4천명이 자살한다. 매일 1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죽는다. 연간 약 8천여명이 교통사고로 죽는다. 하지만 인간광우병이 걸린 사람은 한 명도 없고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도 제로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미국과 관련된 광우병 소식에는 각종 괴담이 번지는 것일까?

◇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과 자발적 참가자들이 지난 2008년 5월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반대하는 침묵 촛불문화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광우병의 정체는 무엇인가?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자유기업원에 게재된 글 하나를 전재한다.

누가 인간광우병에 걸리나?
광우병에 관한 ‘믿거나 말거나’식의 유언비어가 마치 진실인 양 퍼지고 있으며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인간 광우병에 걸리는 게 아니다. 세계적으로 광우병에 걸린 소가 확인된 나라는 많지만 인간광우병 발병자는 한 명도 없는 나라가 많다. 미국산 쇠고기는 강요가 아니라 소비자의 자유 선택의 대상이다. 대다수 소비자가 미국산 쇠고기를 외면한다면, 굳이 시위를 하지 않더라도 누가 수입하겠는가? 현명한 소비자들의 이성적 판단이 절실한 시점이라 하겠다.


영국에서 소의 특이한 질병이 보고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85년 4월이다. 이런 이상한 소들은 체중이 감소하면서 비틀거리다가 고꾸라져서 죽어갔다. 이런 소는 뇌 조직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 있었으므로, 영국 농수식품부 중앙수의연구소는 1987년 7월 이 새로운 질병을 BSE(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라고 불렀다. 이를 미국에서는 Mad-Cow Disease라 했고, 우리는 소해면상뇌증(牛海綿樣腦病症) 또는 광우병이라 한다.

광우병의 원인은 무엇인가?<

BSE의 원인은 동물성인 육골분 사료를 섭취한 소에서 생성되는 변형 프리온(prion)으로 본다. 프리온은 미국의 신경학자 겸 생화학자인 프루시너(Stanley Ben Prusiner)가 전염성 단백질 입자(proteinaceous infectious particle)라는 뜻에서 만든 용어이다. (이 공로로 프르시너는 1997년 노벨상을 받았다.) 자연적으로 동물의 체내에 발생하는 정상 프리온은 감염성이 없지만, 구조가 달라진 변형 프리온은 뇌 조직을 파괴해 질병을 일으킨다고 한다.

소는 초식동물이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였다면 소가 미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농담도 하지만, 정말 소가 고기 맛을 알고 나서 풀을 먹기를 거부한다면, 생태계 먹이사슬은 어떻게 되겠나.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인 것은 인간의 치명적 실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소의 경우에도 어린 동안에는 동물성인 어미젖을 먹고, 성장한 뒤에는 반추위에서 온갖 미생물은 번식시켜서 섭취한다.)

세계적으로 광우병이 발견된 사례

한편 광우병 소를 섭취한 사람에게서 발병할 수 있는 질환은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ariant Creutzfeldt-Jacob disease; vCJD)이다. 모든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이 BSE와 연관이 있는 것처럼 혼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 CJD에는 산발성(sporadic), 의원성(醫原性, iatrogenic), 유전성(genetic) 및 변종(variant) CJD의 4 종이 있다.

산발성 CJD는 20세기 초에 발견된 질병으로 전세계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해 많은 사람이 죽는다. 영국에서는 매년 50~60명이 이 병으로 죽고, 오스트리아, 캐나다, 미국 등에서의 사망자도 비슷한 수치이다. 유전성 CJD는 유전적 소인이 원인이며, 영국에는 이런 유전적 소인이 있는 인구가 5800만명에 이르지만 사망자는 매년 몇 명에 불과하다. 의원성 CJD는 병원에서 성장 호르몬 시술을 받는 어린이에게서 주로 발병하며, 연간 사망자는 극소수이다. 이 세 가지 CJD는 BSE와는 전혀 무관하다.

BSE와 관련이 있는 CJD는 vCJD이다. 1996년 영국에서 처음 보고되었으며,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200여명이 사망하거나 앓고 있다. vCJD 환자의 대부분은 영국에서 발병했다. 하지만, BSE로 확인된 소가 19만 마리에 이르고, 수많은 사람들이 쇠고기를 섭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vCJD 환자는 166명에 불과하다. 이중 3명은 수혈에 의해 발명했지만, 전염성은 없다.

여기서 우리는 누구나 인간광우병에 걸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다.(영국에서는 vCJD를 방지할 목적으로 440만 마리의 소를 도살 처분하는데 100억 달러 이상의 국민 세금을 탕진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정말 미친 건 소가 아니라 관료들”이라고도 했다.)

1353마리의 BSE 소가 확인된 아일랜드에서는 4명이 vCJD에 걸리고, BSE 소가 900마리 이상인 프랑스의 vCJD 환자는 23명이다. BSE 소가 26마리인 일본의 vCJD 발병자는 단 한 명인데, 그나마 1980~1996년 기간 중 영국에 24일간 체류한 일이 있다고 한다. BSE 소가 400 마리 이상인 스위스, 300 마리 이상인 독일, 100 마리 이상인 벨기에를 비롯해 BSE 소가 확인된 나라는 많지만 vCJD 발병자는 한 명도 없는 나라가 많다. 한국은 어떤가? 광우병 소나 인간광우병이 확인된 일이 있나? (한국에선 매일 20명 정도가 교통사고로 죽는다.)

미국의 경우는, BSE로 확인된 소가 세 마리이고, vCJD 환자는 3명이다. 그러나 이 중 두 명은 BSE가 발생해 극성을 부린 기간인 1980~1996년 중 영국에 6개월 이상 체류했고, 한 명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다가 2005년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이다. 미국 본토에서 확인된 BSE 소로 인한 vCJD 발병자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다고 한다.


광우병 괴담에 휘둘린 한국

그러나 한국에선 지금 온 나라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여부를 놓고 아우성이다. 인간광우병 공포가 확대 재생산되어 증폭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어린 학생들까지 일회용 종이컵에 촛불을 꽂아들고 촛불시위에 참여해 저녁을 지새운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미필적 고의 살인”이라는 의사도 있고, “라면, 알약, 생리대, 초코파이도 광우병을 옮길 수 있다”고도 한다.

“광우병은 미국이 돈을 많이 벌려고 소를 우리에 가둬 아주 비위생적으로 생긴 병”이라고도 하고 “광우병은 공기로 전염된다”고도 한다. “미국 쇠고기를 0.01g만 먹어도 죽는다”고도 하지만, 이런 괴담과 같은 낭설을 장난삼아 말할지언정 실제로 믿을 한국인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저 아직 15년 밖에 못 살았어요”라며 절규하는 학생도 있지만, 그동안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려 조기 사망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나?

앞으로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얼마나 될까?

“급식 때문에 유학 보낸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고 하지만, 어디로 유학을 보낼 것인가? 영어권인 영국이나 미국으로 보낸다면, 그야말로 공포의 광우병 쇠고기 본고장으로 가는 셈이 아닌가? 무엇보다도 지금 학교 급식 재료는 해당 학교의 운영위원회에서 정할 수 있다. 미국산이든 국산이든 쇠고기도 강요가 아니라 선택 사항이다. 급식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정보의 고의적 왜곡이거나 ‘선택의 자유권’을 포기한 주장이 아니겠는가?

일상생활에서도 미국산 쇠고기는 강요가 아니라 소비자의 자유 선택의 대상이다.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아주 낮다는 사실을 알고 미국산 쇠고기를 선택할 수도 있고, 한우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한국의 대다수 소비자가 미국산 쇠고기를 외면한다면, 굳이 시위를 하지 않더라도 누가 미국산 쇠고기를 굳이 수입하겠는가? 미국산을 비롯해 다른 나라 쇠고기를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행위는 광우병이나 인간광우병과는 전혀 다른 사안이다. 현재 한국인의 지적 수준에서 이를 혼동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현명한 소비자들의 이성적 판단이 절실하다

한국인은 94.33%가 프리온 단백질 염기서열 129번에서 메티오닌-메티오닌형(M/M형)을 보였다는 연구논문을 근거로, 한국인은 누구나 인간광우병에 걸리기 쉽다고 하지만, 이런 유전적 소인과 인간광우병의 인과관계가 어느 정도 입증되었는가? 인간광우병의 잠복기간이 10~40년이나 된다면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할지 모른다고 하지만, 과학에 근거하더라도 사람들은 미래 예측에 대해 아주 서툴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인구 예측이 제대로맞은 적이 거의 없다.)

인간광우병을 비롯해 모든 위험(risk)의 인식 정도는 위험의 치명성과 위험을 다루는 기관의 신뢰성에 크게 좌우된다. 이보다 큰 실질적 변수는 전문성이다. 이를테면 원자력 발전의 경우 전문가들은 위험을 아주 낮게 평가하지만 일반인은 위험이 아주 높은 것으로 본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왜곡하면서 위험을 증폭시킨다면, 사회는 생산적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부질없는 소모적 혼란에 빠질 수도 있지만, 그 정도는 문화적 여과장치(cultural filter)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우리의 문화는 어떤 수준인가?

국내의 광우병 소란을 보면서 슈나이더(Stephen Schneider)의 말이 떠오른다.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으려면 공포의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하고 극적인 표현을 쓰되, 불분명한 사항은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http://www.john-daly.com)

한국사회에서 인간광우병 공포의 혼란을 조장해 누가 부당이득을 챙기고 누가 억울한 손해를 보겠는가? 한국의 현명한 소비자들의 이성적 판단이 절실한 시점이라 하겠다.

글/조영일 연세대 명예교수(http://www.storyk.net)